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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영화 '인터스텔라'-고증과 상상력의 경계, 음악

by Polymathmind 2025. 1. 26.

인터스텔라

영화 '인터스텔라' 

2014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SF 영화 하나를 세상에 내놓는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영화다. 가족, 희생, 그리고 인간의 생존 본능을 주제와 블랙홀, 웜홀, 상대성 이론 등 과학적 요소까지 깊게 다루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 50% 이상 두 번 봤을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적 내용을 이해할 수 없어 공부하고 보는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는 4번 봤다. 내용의 이해, 과학의 이해, 음악의 이해, 그리고 종합적 이해를 위해서였다. 흔히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로맨스, 야심, 살인 등의 이야기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신비로운 영상은 관객을 얼어붙게 만든다. 어쩌면 복잡한 과학적 지식 때문에 관객의 지루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몇 번을 보게 만드는 방아쇠가 된다. 영화에서도 대중들이 따라가기 쉽게 설명을 하는 부분도 궁금증 유발하는 포인트다.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혹은 막연함을 평범해 보이면서도 스펙터클하게 표현해 낸다. 이 영화로 천체물리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나를 포함)이 많아졌으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천체물리학 과학자들 마저 '인터스텔라'로 연구를 하기도 한다. 1년 전 개봉한 우주 영화 '그래비티'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영화였다면 '인터스텔라'는 뉴턴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영화다.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한, 혹은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을 경험케 해준다. 물리적인 시간과 비물리적인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인간마다 느끼는 시간과 그 시간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을 우주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능하다고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고 이끄는 것은 '사랑'이라고 외친다. 중력이 다른 행성에서 돌아와 점점 늙어가는 딸과 아들의 모습을 긴 장면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한계와 시간의 의미를 가득 채운다. 인류의 구원이 아닌 가족의 안전을 위해 우주로, 블랙홀로 뛰어드는 아버지의 모습은 책임감과 도덕적 선택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고증과 상상력의 경계

영화를 보면서 과학을 접하면서 놀란 감독의 고증력에 감탄했다. 영화 제작 단계부터 킵 손 Kip Thorne이라는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를 고문 초청, 그리고 킵 손이 공동제작자로 참여하며 영화의 과학적 신빙성을 높였다. 킵 손은 블랙홀과 웜홀 같은 고차원적인 개념을 대중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영화 제작과 동시에 과학 논문까지 발표했다. 즉 실질적으로 과학을 연구했다는 말이다. 킵 손은 놀란 감독에게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절대 넣지 말자'는 원칙을 내세웠고, 놀란 감독은 합의했다. 놀란 감독도 고증에 진심인 감독이었으니까. 가설이지만 가능성이 높은 것은 허용한다. 웜홀이나 블랙홀 내부의 장면은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이론적 가능성을 두고 표현했다. 과학적인 설명을 영화적인 시각으로 조화롭게 표현한다. 자칫 아무도 못 알아듣는 과학 영화가 될 수 있었지만 철저한 고증은 상상력의 스위치를 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CG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 없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시도는 보는 대중들의 눈을 하늘로 올렸다. 

영화에서 웜홀은 지구에서 다른 은하로 갈 수 있는 통로로 묘사한다. 킵 손은 웜홀의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웜홀을 통해 빛이 어떻게 굴절되고 왜곡될 것인지"를 계산했고, 이를 영화의 시각 효과에 반영한다. 함께 우주로 떠난 아멜리아 브랜든 박사(앤 해서웨이)가 웜홀을 통과할 때, 빛의 굴절을 보고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고 '우주인과 악수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더 혁신적이었던 것은 블랙홀 묘사이다. 블랙홀 주면에 중력 렌즈 효과(빛의 휘어짐)를 수백만 개의 렌더링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각 효과를 만들어 낸다. 아멜리아 브랜든 박사를 살리기 위해 블랙홀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그리고 쿠퍼는 5차원 공간(시간의 방)에 도달한다. 5차원은 시간을 물리적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설정한다. 즉 시간은 직선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면, 5차원의 공간에서는 내가 물리적으로 이동이 가능한 차원이란 말이다. 이 장면은 시간의 흐름을 관찰하거나 특정 시점으로 되돌아갈 수는 있지만, 시간을 직접적으로 바꾸지는 못해. 이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조작'할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킵 손이 고차원 공간을 제안하며 놀란 감독의 상상력이 더 해진 장면이다. 놀란 감독은 이 장면은 CG로 찍지 않았다. 어린 딸 머피의 방 책꽂이 뒤 공간은 세트를 만들어 쿠퍼를 매달아 촬영했다. 실제로 배우가 움직이며 당황하는 모습과 줄 하나에 중심을 못 잡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 장면은 영화 중에서 가장 철학적이고 상징적인 장면으로 5차원의 공간(시간의 방)에서 시간, 사랑 그리고 인간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음악

영화음악의 대가 '한스 짐머'가 맡았다. 놀란 감독은 영화의 주제나 내용을 전혀 알려주지 않고, 아버지와 아들간의 사랑과 시간의 흐름'이라는 추상적인 내용만 전달한다. (아들을 생각하며 작곡했지만 영화를 찍다 보니 아들보다 딸의 비중이 커지게 된 것을 나중에 알았다) 한스 짐머는 오르간을 선택하면서 우주의 광활함과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리듬과 멜로디를 반복하여 사용하며 시간의 순환과 불가역성을 표현한다. 한스 짐머는 음악을 통해 차가운 우주 과학과 인간의 따뜻함을 연결하듯 진행한다. 오르간의 신성한 울림은 영화의 또 다른 '언어'로 작용한다. 음악 속에 감정과 철학이 대중들에게 강력하게 남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OST를 찾게 되는 것이다. 역시 오르간의 선택은 신의 한 수다!

시간의 방(테서랙트)에서 어린 머피와 만나면서 깨달았던 쿠퍼의 말이 생각난다.

Because I can feel it!!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력보다 블랙홀보다 더 강력한 힘을 느낀다. 사랑과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