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도어 루스벨트 - 행동의 리더십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자, 20세기 최초의 미국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19세기 말, 산업혁명 이 후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있다. 자본의 팽창은 엄청난 부를 창출했지만 동시에 불균형을 낳았다. 정치는 부패하고 거대 기업은 국가보다 힘이 강해졌다. 링컨과는 또다른 위기였다.
늘 그렇듯이 위기는 동일하지 않다. 매번 다른 위기는 다른 형태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링컨이 내면의 성찰과 도덕적 상상력을 통해 국가의 분열을 봉합했다면,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행동과 결단으로 사회의 균열을 메운 인물이었다. 그에게 리더십은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움직임의 과정이었다. 그는 생각하기 전에 움직였고, 이상을 전달하기보다 손에 잡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굿윈은 그를 “행동을 통해 사유한 지도자”로 묘사한다. 루스벨트의 리더십은 사색의 열매가 아니라, 실천의 땀에서 피어난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루스벨트는 심한 천식으로 고통받던 병약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는 약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단련함으로써 인간의 힘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의지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증명했다. 그가 훗날 강조한 “힘 있는 삶”은 단순히 신체적 강인함을 뜻하지 않았다. 그것은 고난을 회피하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존재의 태도였다. 루스벨트에게 리더십이란 바로 그 의지의 형식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의 시간은 산업화의 그림자 속에서 급격한 불평등과 부패에 시달리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이를 ‘도덕적 위기’로 보았다. 그는 “공정한 거래”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의 독점을 제어하고, 노조를 견제하며 국민이 공평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에게 개혁은 정책이 아니라 도덕적 실천이었다. 권력의 균형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히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정의감과 책임감에 관한 문제였다.
루스벨트의 리더십은 또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미국 최초로 국립공원을 제정하고, 환경 보존의 개념을 정치 담론으로 끌어올렸다. 인간의 문명이 발전할수록 자연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그의 리더십은 인간 중심적 진보가 아니라, 공존을 향한 진보였다. 그로 인해 미국의 국립공원은 2배로 늘어났고 16개의 관광지와 51개의 야생 서식처가 만들어졌다. 뉴욕 미국 자연사박물관 건립에 적극 지원하여 그의 동상이 세워져 있기도하다. 미국 러시모어 산의 역대 대통령 기념 석상 (큰 바위 얼굴)에 3번째로 그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다.

물론 그의 리더십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는 때로 지나친 열정으로 반대자들을 압박했고, 모든 개혁이 성공하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의 입장으로 보자면, 당시 조선의 일본 침략을 열어준 결정을 하니 말이다. 그러나 굿윈이 말하듯, 루스벨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행동 속에서 넘어지는 것이 낫다”고 믿었다. 그 말 속에는 리더십의 본질이 숨어 있다. 진정한 리더란 완벽한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다.
링컨이 도덕의 힘으로 세상을 이끌었다면, 루스벨트는 행동의 힘으로 도덕을 실현했다. 그는 생각을 실천으로 변환시키는 리더였고, 이상을 현실로 옮겨 놓은 실천가였다. 그의 리더십은 여전히 침묵하는 우리에게 속삭인다. “생각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행동이야말로 생각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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