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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카르페 디엠, 표현과 저항 그리고 문학

by Polymathmind 2025. 6. 9.

1989년, 피터 위어 감독은 세상에 기억될 영화를 내놓는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제목에 오역이 있었다. Society는 '사회'로 번역하기보다 '동호회' 혹은 '모임'으로 번역이 되어야 했다. 사전의 1번 뜻만 외웠던 당시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세계적인 배우였던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을 맡았다. 전통, 명예, 규율, 최고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웰튼 아카데미(사립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한다. 이 학교 선배이기도 했던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은 새로운 방식의 수업과 틀에 벗어난 일들을 하며 아이들을 변화시킨다.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 활동했던 '죽은 시인의 모임'을 알게 된 학생들은 선생님께 클럽 활동을 제안하고 틀에 갇혔던 재능과 감정들을 내뿜기 시작한다. 그중 한 학생은 가족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살하며 키팅선생의 클럽 활동이 원인으로 지목되어 학교를 떠나게 된다. 학생들은 키팅 선생이 선사했던 짧았던 수업과 활동을 위해 책상 위로 올라가 경의를 표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카르페 디엠 – 시간과 존재의 철학

“Carpe Diem, 현재를 붙잡아라.” 키팅 선생이 처음 수업 시간에 전한 이 문장은 영화 전체의 핵심을 관통한다. 과거 졸업생들의 사진 앞에서 “이들은 모두 죽었다”는 말을 던지는 장면은, 인간 존재의 유한함을 자각시키며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이는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키팅은 학생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라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열정과 감정을 붙들라고 말한다. 인문학은 원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학문이다. 키팅은 시를 통해 단지 문학작품을 해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시처럼 살도록 권유한다. 죽음을 인식하는 자만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통찰은, 철학자 하이데거의 ‘존재-죽음에의 존재’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자기 표현과 저항 –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키팅이 강조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자기표현의 자유’다. 그는 학생들에게 책상 위에 올라가 보라고 말한다. 같은 교실이지만 시선을 바꾸면 세계가 달라진다는 이 단순한 행위는, 고정된 시야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으로 세계를 사유하라는 인문학적 명령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는 결코 쉽지 않다. 연기를 사랑했던 니얼은 아버지의 강압적인 가치관과 체제에 눌려 결국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죽음은 예술과 자아실현이 억압받는 사회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소외되고 고립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교육은 규칙을 가르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인간의 잠재력과 고유한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다. 키팅이 가르친 ‘죽은 시인의 사회’는 단순한 문학 동아리가 아닌, 자신만의 삶을 쓰려는 이들의 작고 조용한 혁명이었다.

문학의 힘 – 침묵에서 목소리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키팅이 교실을 떠날 때, 학생들이 하나둘 책상 위에 올라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감동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문학은 이들에게 단지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닌, 존엄과 연대의 언어였다. 휘트먼의 시를 인용한 이 장면은, 억눌린 현실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간의 용기와 자각을 보여준다. 인문학은 때로 말없이 침묵하던 이들이 처음으로 말하게 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체제의 억압 아래에서도 문학은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이 영화는 결국 묻는다. “당신은 어떤 시를 쓰며 살고 있는가?” 문학과 철학은 책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선택과 결단 속에서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점을 이 영화는 감동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