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예술 계급
중세는 인간 활동을 두 가지 대범주로 나누었다. 첫 번째 범주는 '기계적 기술' 혹은 '천한 기술'이고, 두 번째 범주는 '자유 기술'이었다. 이런 표현들은 이분법적 사회의 위계질서를 반영하고 있다. 손으로 하는 일은 하찮은 천업으로 여기고, 정신을 사용하는 직업은 좀 더 고귀한 것으로 여겼다. 이런 상황은 16세기 초, 르네상스가 발현되는 시기까지 계속된다. 회화, 조각, 건축은 '기계적 기술'로 간주되어 미술가들은 여전히 장인에 지나지 않았다.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공방 장인을 길러내는 교육 체계와 라틴어를 사용하며 대학에 기반을 둔 지식인(귀족)들로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사회 속에서 창조적 엘리트는 이 흐름에서 오히려 자양을 공급받는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원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반면, 회화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며 '신성한 학문'이라 하여 우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그도 많은 사회적 편견과 맞서야 했다.
이에 미술가들은 스스로를 장인들과 구별하기 위해, 그들의 예술에 포함된 지적 요서들을 부각시키는 노력을 한다. 예를 들면 회화에 수학적 지식을 기반을 둔 원근법을 발견하여 과학적 토대 위에 예술을 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미술가들은 어떤 형태의 학문과 친숙하고 전문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첼리니는 전쟁에 참가하여 전투 기술을 통달했으며, 바르키도 자신의 예술에서 음악가나 연설가를 표현하기 위해 음악과 수사학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켈란젤로는 대표적인 '기계적 기술자'이다. 화가, 조각가, 건축가를 거치며 자신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신성한 기술자'이다. 그로 인해 시대가 변한다. 미술가들은 스스로 아카데미를 만들어 여러 지식을 공유하며 배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정치적, 군사적 실패 그리고 다른 나라의 침략에 찌든 이탈리아는 이 현실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이런 흐름에 미술가들은 '기계적 기술'과 '자유 기술'의 경계에 서 있게 된다.

미술가들의 노력
16세기 후반, 미술가들은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기구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것이 앞서 언급한 아카데미 설립이다. 예술을 교육함은 물론이고 이론적 성찰을 함께 가르치며 학문적이고 인문학적 교육을 포함시킨다. 기계적 기술인이라는 오명을 벗기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의뢰는 거절하기 시작했고, 의뢰를 받아 작업을 했지만 가당치 않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의뢰인 앞에서 작품을 부숴버리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바사리의 '미술가 열전'에서는 회화, 조각, 건축이라는 3대 예술, 나아가 미술가를 장인적 신분에서 해방시키고 더 이상 장인이 아닌 그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교회와 일부 군주들은 위대한 미술가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매했던 상황들을 해결하는 미술가들의 노력으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지위를 얻게 되었다.
마침내 그들은 교황청과 궁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경제적인 혜택과 최상류층 인사에게나 주어지는 명예와 존경을 누릴 수 있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특히 미술가들은 시대와 사회의 억울함을 외부에서 찾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안에서 즉 나에게서 그 이유와 문제를 찾아낸다. 그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예술을 기술로밖에 보지 않게 하는 것인가?' 그 질문은 누군가의 시작과 희생 그리고 긴 시간의 인내가 모여 그들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하게 했고, 그것을 지금 우리가 끊임없이 탐구하며 성찰하는 역사가 되었다.
지금도 그 때와 다르지 않다. 예술을 돈 먹는 하마로 생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는 또 하나의 모래성을 쌓고 있다. 기술의 발달의 목표는 인간을 위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철학이 없는 기술은 사라지기도 하고,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재앙이 된다. 그 철학이 없는 예술은 인간을 멸종시킬 것이다.
항상 경계에 서서 항상 나를 경계하라. 모든 문제는 내 안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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