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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주의 음악(Classical)-변화, 하이든, 그의 철학

by Polymathmind 2025. 4. 26.

음악의 변화, 바로크에서 고전주의로

18세기 유럽은 거대한 사상의 물결 속에 있었다. 계몽주의는 인간이 신의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 이성과 자유의 주체로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는 과학, 철학, 정치뿐 아니라 예술 전반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음악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에는 음악이 주로 교회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보다 넓은 청중을 위한 공공의 예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귀족의 살롱에서 벗어나 시민을 위한 콘서트홀이 열리기 시작했고, 작곡가들은 새로운 청중의 감각에 맞는 명료하고 보편적인 언어를 찾고자 했다. 그 이유는 청중들은 복잡한 음악보다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음악을 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로크의 복잡한 대위법에서 명확한 선율을 중심으로 다른 악기들이 받쳐주는 구조와 소나타 형식 (A-B-A)이 확립되며 균형과 절제의 감성을 선보이게 된다.
이러한 시대적 전환은 예술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 음악은 더 이상 권력과 신앙의 장식이 아닌, 인간의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는 독립적이고 지적인 언어로 재정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고전주의 음악은 단순히 음악 양식의 변화라고 정의 내리기보다, 시대정신, 청중의 변화, 문화 가치관의 전환의 결과물이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이러한 음악적 전환의 중심에는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이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마차 수리공의 아들이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여덟 살에 성가대원이 되기 위해 빈으로 올라가며 정식 음악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독학과 실전 경험으로 음악가로 성장했다. 이때 '카스트라토'(거세가수)가 될 뻔하기도 한다.

그의 삶의 전환점은 '에스테르하지'가문의 궁정 악장으로 임명된 것이었다. 이곳에서 하이든은 30년 이상을 봉직하며, 궁정의 요구에 따라 오페라, 교향곡, 실내악, 종교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수없이 작곡했다. 궁정이라는 비교적 안정된 환경은 하이든에게 끊임없는 창작과 실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덕분에 그는 100곡이 넘는 교향곡, 수많은 소나타와 현악 4중주를 작곡하며, 고전주의 음악의 구조와 형식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별칭처럼 단지 장르를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 형식과 미학적 이상을 완성한 창조자였다. 하이든의 음악은 명확하고 유쾌하다. '놀람 교향곡' 에서처럼 갑작스러운 음향의 반전으로 청중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위트 있는 전개로 미소 짓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단지 유쾌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질서와 조화, 감정의 절제와 균형이 깃들어 있으며, 이는 고전주의 음악이 추구한 본질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이든은 음악을 통해 시대정신을 구현한 작곡가였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준 선구자였다.

그의 철학

하이든은 고전주의 음악의 틀을 다지며, 질서와 균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의 곡은 대부분 소나타 형식을 따르는데, 이것은 자연의 법칙처럼 예측 가능하며 탄탄한 구조를 추구한 것이다. 음악의 감정이 무분별하게 분출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조화로움을 생각했다. 이 철학의 바탕에는 '계몽주의' 철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또한 그의 음악은 모든 악기가 평등하게 역할을 나누어져 있고, 대화를 하는 듯 들린다. 하나의 악기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보다, 전체가 밀고 당기는 구조를 가져간다. 하이든의 음악은 '협력'을 기초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그가 70세가 넘었을 때, 그의 사망 소식이 유럽에 퍼진다. 심지어 '루이지 케루비니'는 하이든의 추모곡을 의뢰받아 발표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하이든이 그 소식을 듣고는 '아쉽다. 미리 알았더라면 내가 가서 초연을 지휘했을 텐데...'라고 했단다. 그는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청중들과 심리적인 소통을 중요시했고, 음악은 엄숙하고 따분하지 않고 함께 웃고 즐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악은 삶의 일부분으로 사람을 위로하고 미소 짓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의 음악은 모차르트에게 큰 영향을 주며 고전주의 황금시대를 열었고, 제자였던 베토벤과 늘 부딫혔지만 베토벤은 하이든의 틀 위에서 낭만주의 가는 문을 열었다. 실내악이라는 장르를 독립된 형식으로 자라 잡게 했으며 그의 행보는 후원에만 의존하던 당시의 작곡가들의 흐름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활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이든의 음악은 단순한 음악이 아닌 조화, 협력, 유머, 자유라는 가치를 제시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그가 제시한 이 가치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