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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리더의공간 #폴리매스12

상식(Common Sense)이란? 그 기준은? 상식, 사회적 기준인가?상식은 흔히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판단'으로 여겨진다. 길에서 쓰러진 사람을 보면 도와야 하고, 줄을 설 때는 먼저 온 사람부터 순서를 지켜야 하며,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식이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상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정말로 모두가 공유하는 기준일까?전통적으로 상식은 한 사회 내에서 공유된 윤리와 규범의 묵시적 합의로 작용해 왔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자 행동 지침인 셈이다. 사회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 중 하나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점은, 우리가 상식을 일종의 사회 질서의 기초로 여긴다는.. 2025. 7. 4.
오페라 '잔니 스키키' - 가족, 욕망과 반전 오페라 '잔니 스키키'와 단테 '신곡'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는 단막의 희극으로, 인간의 욕망과 기지를 해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그 뿌리는 바로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Divina Commedia), 그 중에서도 지옥편 제30곡에 닿아 있다.단테는 ‘거짓말과 사기’를 저지른 자들이 모인 지옥 8번째 의 열 번째 굴(볼지아)에 잔니 스키키라는 실존 인물을 배치한다. 그는 피렌체의 부호 부오소 도나티를 가장해 위조된 유언장을 작성한 죄로 지옥에 떨어진 자다. 단테는 그를 “다른 이의 모습을 흉내 내어 유산을 조작한 자”로 묘사하며, 윤리적·종교적 가치의 위반자로 단죄한다.그러나 푸치니는 이 인물을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 오페라 속 지안니 스키키는 부자.. 2025. 7. 3.
영화 '쇼생크 탈출'-희망과 자유 그리고 나 어두운 감옥의 높은 벽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을 억압하고, 희망을 짓밟으며, 존재의 의미를 앗아가는 거대한 상징이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영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은 바로 이 절망적인 공간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 정신의 숭고함과 자유를 향한 불굴의 의지를 노래하는 명작이다.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한 탈옥 이야기가 아니라, 부조리한 시스템에 저항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간다. 시스템 속의 인간쇼생크 교도소는 법과 질서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억압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상징한다.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은 살인 누명을 쓰고 이곳에 갇히게 되지만, 그의 지성과 내면의 강인함은 결코 꺾이지 않는다. 교.. 2025. 6. 18.
아르테미스 미션-확장,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 아득한 옛날부터 인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품어왔다. 별들은 단순한 빛의 점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유한함을 일깨우고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주의 표식이었다. 그리고 이제, NASA의 아르테미스 미션은 단순히 과학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넘어, 인류의 존재론적 질문과 문명사적 의미를 심도 깊게 탐색하는 철학적, 인문학적 담론을 제시한다. 이는 기술 발전의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현대판 오디세이다.경계를 넘어선 확장인간은 본능적으로 경계를 넘어 서려는 존재다. 알프스 산맥을 넘고, 대서양을 횡단하며, 미지의 대륙을 탐험해 온 역사는 바로 이러한 인간 본연의 욕구를 증명한다. 달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가.. 2025. 6. 17.
오페라 '아이다' - 사랑과 충성, 제국주의와 죽음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는 19세기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단순한 역사극을 넘어서, 인간 내면의 갈등과 당대의 정치·문화적 맥락을 반영한다. 특히 사랑과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비극, 서구 중심 제국주의가 구축한 ‘타자’의 이미지, 그리고 죽음을 통한 구원과 해방이라는 세 가지 주제는 '아이다'를 단순한 오페라 이상의 인문학적 의미를 갖게 한다.사랑과 충성사랑과 충성이라는 두 힘이 한 인간을 얼마나 깊은 내적 분열과 비극으로 몰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아이다는 에디오피아의 공주이지만 전쟁 포로 신분으로 이집트 왕실에 얽매여 있다. 그녀는 자신을 포로로 만든 적국의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에 .. 2025. 6. 11.
과학과 철학의 경계에서-조선의 하늘을 읽는 법 하늘은 권위다: 천문도의 정치학조선의 하늘은 단지 자연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통치의 상징이자 정당성의 원천이었다. 조선 태조는 개국 직후인 1395년, 조선 왕조의 새 질서를 선포하듯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제작하게 했다. 이 지도는 하늘의 별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인간 세계의 질서와 대응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1,400개가 넘는 별들은 28수 체계와 12분야로 정리되며, 하늘과 땅, 인간 세계의 조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천문 관측을 넘어, 하늘의 질서가 곧 땅 위의 질서라는 유교적 세계관을 반영한 것이었다. 천문도는 과학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정치의 언어였다. 하늘을 읽는 자가 곧 왕이었고, 하늘의 이치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통치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도구가 되었다.하.. 2025.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