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전, 필자는 블로그에서 어떤 분을 만난다. 나의 글을 읽어보시고 글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셨고, 그분이 운영하시는 카페와 소모임에 가입하게 된다. 특별히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놓았던 필자와 방향이 같았던 곳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이미 소모임에서 책을 출판하셨고, 서로의 의견과 전문성을 온라인상으로 발표하는 등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안에서 나누는 대화와 분위기 그리고 공기의 흐름은 새롭게 느껴졌다.

지난주 토요일, 네이버 카페(인문학 향기 충전소)를 공동 운영하시는 '호프맨'님의 시집 출판 기념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호프맨' 작가님은 현재 베트남에서 거주하고 계셨고, 오랜만에 고국 방문과 동시에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셨다.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 직접 피아노 음악을 준비하셨고, 시낭송의 배경음악까지 준비하셨다. 음악과 시로 따뜻해지는 공간은 마음을 열어놓기에 충분했다. 대부분 중년의 회원분들의 따뜻한 말소리와 눈빛은 나를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고,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녀와서 문득 질문이 생겼다. 중년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나이의 구분일까? 아니면 인간 존재의 전환점일까? 의식의 변곡점 혹은 존재의 방향이 바뀌는 시기가 아닐까?
단테는 '신곡'에서 "우리 인생의 한가운데서, 나는 어두운 숲에 들어섰다" 라고 말한다.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길을 잃고, 그 길 위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 어두운 숲은 '중년'에 대입해 보면, 중년은 인생의 절반이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길의 시작, 자신과 오롯이 마주하는 순간이다.
청년 시절의 시간은 직선이다. 세상은 열려 있고, 가능성은 무한했다. 그래서 우리는 달렸고, 비교했고, 성취했다. 그리고 자신을 증명해낸다. 그러나 어느 날, 직선의 길은 사라지고 길은 휘어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앞으로 달리기 힘들어지고 안으로 걷기 시작한다. 아마 '성공'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해서가 아닐까? 하이데거는 인간을 '죽음을 향한 존재'라고 한다. 자신의 유한함을 맞닥뜨리는 순간은 공포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깨달음이다. 끝이 있다는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을 더 절실하게 만든다.
칼 융은 인간의 삶을 두 단계로 나눈다. 전반기는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로, 후반기는 '자기로 돌아가는 시기'로 나눈다. 그 경계가 중년이다. 타인의 시선 속에 살아가는 시간,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해야하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날들, 그 가면은 청년 때만 할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나는 누구인가?'의 질문이 중년의 시작이다. 고통스러운 질문이기도 우매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가면을 벗어던지는 두려운 순간이며, 자유의 첫걸음 그리고 자신으로 돌아가는 본능이다. 그렇다. 중년은 '회고'의 시간이 아니라 '회귀'의 시간이다.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과 연옥을 지나야 천국에 도달한다. 중년은 자기 안의 깊고 어두운 숲을 통과해야 한다. 그 숲을 통과하지 않으면 천국으로 갈 수 없다. 분명 위기다. 후회, 두려움, 상실과 고독이 가득한 어둠의 숲이기 때문이다. 어두운 숲을 지나야 빛을 볼 수 있기에 인간은 그 길을 걸어야한다.
중년의 때, 생리학적 나이의 구분이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가는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외부적인 요인보다 내면의 균형을 묻기 시작하며 질문을 던지는 시점이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을 탐구하게 되며,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 오해말기 바란다. 중년에만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청년, 중년 그리고 노년까지 인문학은 필요하다. 인간의 비중이 점점 작아지는 지금 더욱 필요하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는 이때에 더욱 필요하다.
인문학은 모든 세대를 관통한다. 청년의 때에는 방향을 얻고, 중년에 때에 삶을 조율하며, 노년의 때에 통찰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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