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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책 표지(북커버) 소개 - 책의 두 얼굴

by Polymathmind 2025. 10. 29.

오래가진 않았지만 한동안 전자책에 대한 로망으로 전자책을 구매한 적이 있다. 많은 책을 한곳에 보관하고 쉽게 열어볼 수 있다는 장점은 책을 처리 못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오페라 악보도 태블릿에 저장하여 손과 가방을 가볍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돌아왔다. 종이책과 오페라 스코어를 다시 사용한다. 다들 비슷한 이유겠지만, 종이를 넘기는 순간과 손의 촉감 그리고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표지'다. 

책의 표지는 책 한 권의 세계가 모두 들어있다. 그 안의 세상을 독자들과 처음 만나는 첫인상이된다.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절제되고, 때로는 모호하다. 책의 표지는 책의 성격을 짐작하고, 제목과 색의 조합에서 책 안의 세계를 드러낸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세 권을 소개하며 책표지의 두 얼굴을 보고 싶다. 

오른쪽부터 소개하자면,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조르조 바사리'의 전기다. 바사리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주변은 르네상스 시대의 문양을 넣어 그의 정체성과 시대를 읽어낼 수 있다. 흑백의 컬러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책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단에는 이탈리어의 그의 이름이 상단에는 한국어로 책의 소개를 간략하게 넣는다. 한국어 이름 밑에는 '메디치가의 연출가'라는 소개를 넣어 책의 내용에 '메디치 가문'과의 연결성을 보여준다. 

가운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전기는 전체 표지와 반표지를 사용했다. 전체 표지에는 '레오나르도'의 옆 모습 초상화를 보여주며 신비한 느낌을 내고, 반 표지에는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 문구가 보인다. 스티브 잡스의 이름의 네임밸류도 넣어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 갈색의 초상화는 '레오나르도'가 남긴 메모지의 느낌을 살렸고, 그의 메모지의 내용들을 함께 넣어 궁금증을 더 한다. 

가장 왼쪽의 '위험한 과학책'은 필자의 과학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 준 책이다. 다가가기 힘들었던 과학을 쉽게 보게해주었다. 가벼운 카툰형식의 표지는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편함을 주었고, 오른쪽의 뼈다귀 사람은 인간의 작음을 표현하여 무궁무진한 과학의 크기를 대변해주는 듯 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이 책의 밸류를 보여주는 문구로 독자들의 손이 닿도록 한다. 

필자는 책을 읽을 때, 겉표지를 벗기고 읽는다. 이런 습관이 왜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멋진 겉표지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니였을까 싶다. 지금은 일종의 의식처럼 겉표지를 고이 모셔둔다. 위의 사진은 겉표지를 벗긴 책들이다. 

왼쪽의 '조르조 바사리' 전기 겉표지 속에는 '바사리'의 작품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그는 당시까지의 미술사를 정리했던 업적이 크게 부각되었지만, 그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건축가 그리고 정치가 였다. 겉표지의 그의 초상화 뒤에는 그의 본업이었던 미술가의 존재를 드러낸다. 갈색의 컬러는 오래 숨겨졌던 작품처럼 보여 그가 드러내고 싶었던 자신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가운데 '레오나르도'의 전기는 겉표지의 옅은 갈색의 초상화와 다르게 푸른색으로 장식되었다. 오래된 그의 이야기는 아직도 우리에게  하늘과 바다의 색으로 희망, 혹은 지속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표지의 뒤에 새겨져 있던 그의 대표적 메모인 '비트루비우스 인간'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오른쪽의 '위험한 과학책'의 겉표지 뒤에는 겉표지에서 보이지 않았던 기중기가 보인다. 겉표지에는 좁은 시야로 과학을 봤다면, 그 속에는 더 넓은 시야로 바라 본 과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가진 지식의 편협함을 넓혀 주는 것은 과학이며, 그것은 그저 한낱의 호기심과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겉표지의 안쪽에는 이해 할 수 없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다. 이 지도는 겉표지를 벗겨보지 않는다면 결코 볼 수 없다. 이 지도의 설명은 이렇게 되어있다.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 화성으로 연결되는 문이 열려 바닷물이 거의 다 빠져나간 후"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에요!) 라고 적혀있다. 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겉표지 뒤에 넣었다. 마치 책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인쇄술이 발달하며 높은 책의 활용도와 수준은 상업성과 접근성을 매우 높였다. 눈과 손으로 펼쳐보는 책의 세상에는 많은 의미와 보물이 숨겨져 있다. 겉표지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흥미로워지고, 그 속에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그리고 겉표지 속에 숨은 표지는 독자가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없는 수수께기가 숨겨져 있다. 책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에 책 표지는 신비함의 빗장을 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