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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바로크 예술의 혁명가,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

by Polymathmind 2025. 2. 4.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

조각가 아버지의 밑에서 자란 베르니니는 어릴 때부터 로마 교황청에 발탁되어 그곳의 후원을 받으며 작업을 시작한다. 특히 교황 우르바노 8세와의 협력은 그의 인생 절정이었다. 베르니니는 감정 표현과 극적 효과를 중요시하며 역동성, 드라마, 화려함이 충만한 작품을 만든다. '제2의 미켈란젤로'라고 불릴 만큼 조각에서 천재성을 나타냈는데 대리석을 다루는 솜씨가 미켈란젤로와 같다는 말을 듣는다. 부드러운 피부 질감, 움직이는 순간, 감정의 흐름을 세밀하게 표현한 '아폴론과 다프네'와 '성 테레사의 황홀'이 대표 작품이다.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자신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특별했다. 그래서 주위에 갈등이 잦았다. 또한 베르니니는 독실한 가톡릭 신자로 자신의 작품과 건축물에 종교적 메시지와 신비적 체험을 담는다. 르네상스의 전통을 기반으로 바로크가 리모델링했다고 앞 글에서 이야기했는데, 사실 베르니니에게는 해당이 안 된다. 그는 새로운 시도와 아이디어를 통해 바로크만의 특징을 찾는데 앞장선다.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

바로크 예술의 혁명가 '베르니니'

베르니니는 르네상스 예술의 정적이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작품에 뿜어져 나오는 감정과 움직임 그리고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단순히 미학을 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강렬한 경험을 창조하려 한다. 그것은 종교적인 신앙 체험을 위함이었고, 바로크 예술의 본질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했던 '성 테레사의 황홀'은 로마의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에 있다. 성 테레사의 옷 주름은 천처럼 부드럽게 늘어져 있고 천사의 화살(신앙적 체험)이 심장을 뚫기 직전의 모습을 조각한다.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성 테레사의 눈은 반쯤 감겼고, 입술은 조금 벌어졌으며 고개는 뒤로 젖혀있다. 그리고 발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누가 보면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베르니니의 생각만으로 조각한 것이 아니다.

성 테레사는 그녀의 자서전에 이렇게 적는다.

"그가 그것으로 내 심장을 여러 번 찔렀는데, 그것은 내 창자까지 관통했다. 그가 그것을 빼냈을 때는 심장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온 몸은 신에 대한 사랑으로 흘러넘쳤다. 그 통증은 너무나 커서 비명을 지를 정도였지만, 동시에 무한한 달콤함이 있었기에 그 통증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랄 정도였다" 

베르니니는 성 테레사의 말을 그대로 대리석에 옮겨놓는다. 그리고 천장에 숨겨진 창문을 통해 자연광을 끌어들여 빛의 연출의 예술을 보여준다. 베르니니는 이 조각을 통해 신앙과 관능성의 경계에 우리를 세워두었다. 강렬함 그리고 인간의 모든 감각을 깨우는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크의 본질이다. 영혼을 울리는 표현을 실현한 "혁명가"로 불린다.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

르네상스의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여러 건축가들이 참여했지만, 대성당 앞 광장은 미완성이었다. 1656년 교황 알렉산데르 7세는 베르니니에게 대성당의 위엄을 부각하고 신앙의 중심지로서 사람들을 환영할 수 있는 광장을 설계해 달라고 의뢰한다. 광장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타원형 광장과 사각형 광장이다. 타원형은 마치 커다란 팔이 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감싸 안는 것처럼 보여, 모성애를 상징한다. 사각형 광장은 시각적으로 대성당의 정면을 강조하며, 사람들을 대성당 쪽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한다. 원근법을 활용해서 타원형 광장에서 대성당을 더 웅장하고 가깝게 보이게 한다. 

성 베드로 성당 광장

광장 중앙에는 높이 25.5m(기단부까지 합친 높이 41m), 무게는 320t 에 달하는 오벨리스크가 있다. 사실 이집트(이교도)의 유물이 가톨릭의 성지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렇지만, 이유가 있다. 성 베드로 성당 자리 근처에 네로가 베드로를 처형했던 경기장이 있었다. 그 경기장에 세워져 있던 이 오벨리스크를 베드로가 묻힌 성 베드로 성당 앞에 순교의 증거로 가져온 것이다. 사실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에 옮겨진 것이긴 하다. 

원형과 사각형의 광장을 하늘에서 보면 열쇠 구멍처럼 생겼다. 이것은 초대 교황 성 베드로의 지물인 열쇠를 상징하며, 인간의 구원의 열쇠는 바로 여기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베르니니는 이 광장을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아닌, 종교적 체험과 감동을 주고 싶었다. 예술과 신앙, 그리고 인간의 경험을 완벽하게 결합해 낸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며 자연스럽게 대성당으로 인도하는 구조, 그리고 멀리서도 대성당은 늘 거대하게 보였을 것이다.

신을 위한 공간이었을까? 아니면 인간을 위한 공간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