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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레스트 검프' - 운명, 인간성 그리고 역사 1994년 10월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개봉한다. 주인공 포레스트는 경계선 지능을 가진 사람으로 인간승리의 이야기지만, 그 속에는 현실 풍자도 들어간 영화다. 미국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나열하며 사실적인 효과를 극대화하여 포레스트가 실존 인물처럼 그려진다. 그의 인생도 인상 깊지만, 주변 인물들이 포레스트로 인해 평온을 찾기도 한다. 견딜 수 없는 고난에 빠진 주변 인물들도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도 그려져 있다. 우연 속의 선택포레스트 검프의 삶은 수많은 우연과 기적적 사건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낮은 지능과 단순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전쟁 참전, 운동선수, 사업가, 정치적 사건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인간이 환경과 우연 속에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자신의 선택을 통해 삶의 방향.. 2025. 9. 19.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 사랑, 죽음 그리고 구원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루크가 1762년 빈에서 발표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오페라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작품이다. 당시 오페라는 화려한 성악 기교와 장식적인 아리아에 치중하여 극의 흐름과 감정 전달이 약화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글루크는 이러한 오페라 관습을 비판하며, 음악과 드라마가 조화를 이루는 ‘개혁 오페라’(opera reform)를 제안했다.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는 그 개혁의 대표작으로, 단순하고 투명한 선율과 강렬한 합창,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음악을 통해 극적 긴장을 강화하였다. 작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리아 Che farò senza Euridice (에우리디체 없이 무엇을 하리오)는 화려한 기교 대신 깊은 정서를 전하며, 오페라가 단순한 유희적 장르가 아닌 .. 2025. 9. 18.
20세기 유전학과 그 철학적 의미 20세기는 과학사에서 혁명의 세기라 불린다. 물리학에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기존의 세계관을 뒤흔든 것처럼, 생명과학에서도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의 발전은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생명을 설명하는 언어가 신비와 직관에서 정보와 코드로 전환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과학적 성취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다시 묻는 철학적 사유로 이어졌다.과학으로서의 유전학19세기 말까지 생명은 주로 생리학적 현상이나 철학적 사색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멘델의 유전법칙이 재발견되면서 새로운 전환이 시작된다. 멘델은 완두콩 실험을 통해 형질이 일정한 법칙을 따라 전해진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당시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1900년대에 이 법칙이 다시 조명되.. 2025. 9. 17.
우리가 잃어버린 것 7 - 공감 필자가 8월 마지막 주에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연출했다. 늘 작품을 손에서 내려놓은 순간까지 관객의 반응과 생각을 신경쓰게 된다. 하지만 손에서 벗어나는 순간(공연 시작 종이 울릴 때)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더 이상 내가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나의 작품을 편히 관객석에서 본 적이 거의 없다. 무대 뒤에 있거나, 대기실에서 작은 화면으로 무대를 바라본다. 문득 질문 생겼다. 내가 주는 공감과 동감은 무엇일까? 그리고 관객이 느끼는 공감과 동감은 무엇일까?공감과 동감공감의 정의는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내면에서 이해하고 체험하는 것이고, 동감의 정의는 상대방의 의견이나 감정에 마음이 같다고 느끼거나 동의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공감은 감정을 함께 느.. 2025. 9. 16.
도시 인문학 16 - 예술과 저항의 도시, 바르셀로나 예술과 건축, 도시의 얼굴을 새기다바르셀로나의 거리를 걷는 것은 곧 예술사 속을 거니는 경험과 같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단연 안토니 가우디다. 그의 대표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 착공 이후 지금까지도 미완의 상태인데, 이 ‘영원한 건설’은 오히려 예술이 단순히 완성품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의미를 갖는 것임을 상징한다. 가우디는 자연을 모방한 곡선과 빛, 그리고 기독교적 신앙심을 결합하여 건축을 일종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만들고자 했다. 까사 바트요와 까사 밀라는 그의 상상력이 어떻게 생활 공간까지 스며들었는지를 잘 보여준다.그러나 바르셀로나의 예술은 가우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딕 지구(바리 고틱)는 중세 카탈루냐 왕국의 흔적을 간직한 구역으로, 좁은 골목과 웅장한 성당들은 과거와 .. 2025. 9. 15.
20세기 인간과 공간을 설계하다 - 르 코르뷔지에 근대 건축의 원칙20세기 초반, 산업혁명과 도시화는 인간의 생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수많은 인구가 도시로 몰려들었고, 주거 문제는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르 코르뷔지에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거는 거주하는 기계”라는 과감한 정의를 내렸다. 이는 집을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라 인간의 일상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적 장치’로 바라본 시각이었다.그는 불필요한 장식이나 전통적 미학에 얽매이지 않았다. 대신 채광, 환기, 구조적 효율성을 중시하며 합리성과 기능성을 앞세웠다. 이러한 사고는 그의 대표작 빌라 사보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 건물은 필로티(기둥) 위에 건물을 띄워 올리고, 옥상 정원을 배치하며, 자유로운 평면과 수평창, 자유로운 입면을 구현했다. 이른바 ‘근대 건축의 5원칙’으로 .. 2025. 9. 13.